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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터 전개, 결말까지 깔끔하게 짜인 완벽한 추리물
내일. 12월 23일 금요일. <나이브스 아웃 2 : 글래스 어니언>이 넷플릭스에서 개봉합니다. 광고글은 전혀 아니고, 1원 한 푼 안 받았지만, 1편을 너무 흥미롭게 본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작성해 봅니다.
어릴 때 셜록 홈즈,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물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꽤 많을 것입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수많은 추리물을 읽다 보면, 웬만큼 완벽하고 깔끔한 추리물이 아니면 만족을 하지 못하고, 어딘가 모를 엉성함, 예측되는 뒷 이야기를 만나면, 내 추리가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시하고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어쭙잖은 작품을 몇 개 돌고 나면, 추리물에 목말라하면서도 혹시 겪게 될 실망감에 두려움 느끼고, 거기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까워 한동안 추리물을 멀리 하게 됩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정말 1분 1초가 아깝지 않은 완벽한 추리물이었습니다. 어릴 적 아가사 크리스티를 손에서 놓지 못해 밤을 새운 경험이 있으시다면, 정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교훈적이되, 교훈적이지 않은 권선징악 스토리의 짜릿함
영화는 트롬비가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할런 트롬비는 올해 85세 생일을 맞은 추리소설을 쓰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그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축하 파티를 위해 모입니다. 첫째 딸 린다, 린다의 남편 리차드, 그들의 아들 랜섬. 죽은 둘재 아들의 아내 조니, 그의 딸 매그. 셋째 아들 월트와 그의 아들 제이콥. 그리고 나이가 너무 많으신 할런의 어머니 그레이트나나. 마지막으로 간병인 마르타, 가정부 프랜.
영화는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누가 할런을 죽였는가?'를 궁금해하며 영화를 볼 생각을 하고 들어왔는데, 영화는 시작점부터 그 답을 던져주면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할런은 건강이 좋지 않아 저녁마다 마르타에게 주사제를 맞는데, 마르타는 실수로 할런에게 모르핀을 놓게 됩니다. 할런은 약의 독성 때문에 죽게 될 것이고, 마르타는 할런을 죽였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입니다. 항상 갖고 다니던 해독제를 찾는데 해독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할런은 항상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진심으로 자기를 보살폈던 마르타의 죄를 덮어주기 위해 스스로 자살을 하는 것을 택합니다. 그리곤 마르타를 도망치게 합니다.
이로써 영화 속의 인물들은 범인을 모르지만, 관객은 범인을 알고 있기에, 영화의 전개는 탐정의 시점이 아니라 범인의 시점, 마르타를 따라가게 됩니다. 셜록 홈즈의 관점에서 범인을 찾아가던 느낌과는 조금 다른 감정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됩니다. 탐정의 시점은 나쁜 놈을 잡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악인. 살인마. 그러나 우리의 살인자는 너무나도 선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마르타입니다. 마르타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들킬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스토리를 따라갑니다.
제가 앞의 포스팅에는 스포일러를 꽤 많이 했는데, 이 영화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는 이유는, 이 영화는 두 번째 보면 확실히 첫 번째 봤을 때보다 몰입도나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반전을 무기로 탄탄한 긴장감을 쌓아가는 영화이다 보니 처음 볼 때 너무 재밌고, 결말에 왔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영화 속에 엄청나게 깊은 은유나 상징들이 들어있지는 않았기에, 그 처음의 느낌이 굉장히 소중하고 귀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묘미는 예상하지 못한 전개, 결말, 반전이고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머리를 강타하는 느낌은 너무나도 설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일 넷플릭스 오픈하자마자 <나이브스아웃 2>를 볼 생각입니다. 속편이니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설렙니다. 그런데 <나이브스 아웃 1>은 넷플릭스에 없고 TVING에 있습니다. 1편은 왜 넷플릭스에 없는지 모르겠네요? 1편 안 본 사람들이 2편을 본다면 1편도 분명 보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어쨌거나 많은 분들이 즐겁게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