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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곱게 비틀어서 예쁘게 빚어낸 오늘의 동화

 

머나먼 어느 곳에 가발돈이라는 마을에는 '소피'와 '아가사'가 살고 있습니다. 소피는 금발의 아름다운 아이로 어머니를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고는 있지만,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어릴 때 친어머니가 너는 특별하다고 했던 말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신데렐라처럼 미래의 공주가 될 사람이고 세상을 바꿀 운명을 쥐고 있다고 믿습니다. 아가사는 효험 없는 묘약을 만드는 어머니와 함께 마을 밖 공동묘지 근처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저 약초를 캐고 공부하며 지낼 뿐이지만, 엄청난 곱슬머리와 그녀의 어머니 덕분에 그녀는 그저 쳐다봤을 뿐이지만 저주를 내렸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그녀의 별명은 '마녀'입니다. 너무나도 다른 이 두 소녀는 마을에서 '별종'으로 불리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지만, 서로를 지켜주고 의지하는 절친한 친구사이입니다. 

 

어느 날 자주 가던 책방에서 '선과 악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소피는 학교에 입학시켜 달라는 소망을 적어 소원나무에 매답니다. 소피는 소원대로 선과 악의 학교로 데려가는 거대한 새에게 끌려가는데, 소피가 위험하다고 생각한 아가사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매달리다 함께 선과 악의 학교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연히 외모로 보나, 소원한 바로 보나 당연히 선의 학교에 입학하게 될 줄 알았던 소피는 악의 학교에, 아가사는 선의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일단 피부색이나 외모에 의한 클리셰를 많이 깨부숩니다. 공주에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아이는 악의 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마녀에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아이는 선의 학교에 입학합니다. 선의 학교 선생님은 흑인, 악의 학교 선생님은 백인, 이 모든 학교를 총괄하는 교장선생님도 흑인입니다. 선의 학교의 공주들은 이기적이고 교만하며 질투심이 강하고, 그저 낙오했다는 이유만으로 괴물로 변신시켜버리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소설이 따로 있는데 원작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이 있지만, 기본적인 클리셰를 많이 뒤집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설정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평생을 함께 해온 친구의 소중함

 

동화는 위험에 빠진 공주를 왕자가 구해주고, 위기를 극복하며 사랑에 빠진 둘이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 위기에 빠진 공주 아가사를 구하는 것은 왕자님이 아닌 악의 편에 서서 아가사를 위험하게 만들었던 절친 소피입니다. 또 악의 편에 섰었으나, 자신의 진정한 친구인 아가사의 진심을 깨닫고, 아가사의 목숨을 구하고 죽어가던 소피를 구한 것 역시, 아가사였습니다. 이성적인 스파크에 의해 한눈에 반한 왕자가 아닌 평생을 함께 해오며 어려움과 모든 순간을 함께 헤쳐온 친구로서 완성되는 결말. 

 

두 사람은 학교에서 배운 마법의 능력을 얻었고, 학교를 구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선과 악은 나눠지지 않고 통합을 이루었지만, 두 사람은 학교에 남지 않고 자신들의 고향 가발돈으로 돌아갑니다. 두 사람은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 소원나무 아래로 돌아옵니다. 그들의 가족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포옹하며 돌아온 것을 환영해 줍니다. 

 

방학이 되어 집에 돌아와야만 해리포터와는 달리, 아가사와 소피는 본인들의 선택으로 자신들의 고향에 돌아갑니다. 소피는 학교를 파괴하는 악이 될 뻔했던 자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향을 택했지만, 아가사는 자신의 친구를 버릴 수 없어 고향으로 가는 선택을 합니다. 여전히 마을 아이들은 소피와 아가사를 괴롭히고 따돌리지만, 마법의 힘을 얻은 그들은 아이들을 골탕먹이며 웃습니다. 영화는 평화롭게 끝나는 듯 하나, 마법의 세계에서 날아온 테드로스의 화살을 부서트리는 불길한 단검을 보여주며 시즌 2를 예고하며 끝이 납니다. 사실 시즌 2가 예고되는 것은 기대도 되고, 재미도 있겠으나, 아가사의 선택이 가발돈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는 점은 사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소피를 설득해 학교에 남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은 아닐까요? 학교에 남는 것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결말이긴 하지만,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만을 이야기하기에는 환상과 마법의 세계가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 말입니다. 

 

너무 어린아이들과 보기는 좀 애매하고 사춘기 청소년쯤 되는 조카들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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