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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름을 박우리랑 함자영으로 해야 했을까요? 

 

사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너무나도 확실합니다. 손석구 님 보고 싶어서 봤어요. 이 영화가 21년 11월 14일에 개봉했는데, <나의 해방일지> 이후에 개봉했으면 아마 더 많이 흥행했을 것입니다. 저도 손석구 님 나오는 거 뭐, 더 없나 하고 뒤지다가 보게 된 것이었으니까요. <범죄도시 2>가 1000만이 들었으니, 1000만까지는 아니더라도 감독님과 제작자분들은 많이 아쉬워하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의 이름과 어플의 이름이 너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작교미'에서 만난 '박우리'와 '함자영'. 아무리 인터넷 개인 포스팅에 불과한 글이지만, 함부로 단어를 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의 추리력에 맡기겠습니다. 사실 추리할 만큼의 깊은 은유가 있지는 않잖아요? 너무 발음하는 그대로라. 사실 그 지점이 저는 싫었습니다. 사실 저는 싼 티 나는 B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대놓고 드러내는 건 항상 불편합니다. 대놓고 드러낼 거면 사실 아예 <쿵후허슬>처럼 처절하게 뻔뻔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웃기게 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꽤 오래 유행하고 있는 '자만추'라는 단어는 내포하는 의미가 어느새 바뀌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서 '자보고 만남 추구'로 말입니다. 감성의 소통을 우선하던 연애 욕망이 육체적 소통을 우선하는 것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실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감성의 소통이야, 꼭 남자가 아니어도, 남자친구가 아니어도 충분히 친구와 가족을 통해 그 욕구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인 소통은 '연인' 관계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나누게 되면,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한 사람을 통해서만 육체적인 소통을 해결하는 것이 이로운데, 감성의 소통이 잘 맞았는데 육체적인 소통이 잘 맞지 않으면, 사실 이건 꽤 괴로운 일이 될 수 있는 게 맞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해소할 수도 없는데, 안 맞는 걸 맞춰 나가려면 역시 곤욕이니깐요. 제 이 긴 이야기를 함자영 씨가 한 마디로 요약해 버립니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도 XX 작으면 끝이잖아."

 

 

하지만 결국 사랑은 질문하는 것

 

사실 저는 이 영화는 결말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의 메인은 우리와 자영이 두 번째 만났을 때 시작된 대화가 하고 싶은 말들의 전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씬에서 둘은 술에 취한 상태로 수많은 질문과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진지한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은, 이미 감정 없이 한 번 관계를 하고, 애매한 사이지만, 솔직한 자영의 성격 덕에 두 사람은 진솔하게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힘은 '함자영'에게서 나옵니다. '연애는 방귀고, 결혼은 똥이야. 방귀 여러 번 끼다 보면 똥 마렵고 똥 마려울 때 되면 결혼하는 거야.'라는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날리는 여자 캐릭터는 사실 흔한 캐릭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실제의 삶에는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친구들은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시원하게 마음을 벅벅 긁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영화는 만남 어플과 '자만추'라는 요즘 세태에 우리와 자영을 얹어 요즘 세대의 연애를 이야기하는 듯한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사실 나머지 설정들은 전부 장식일 뿐, 저는 우리 주변에 있는 솔직하고 발칙한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애정의 깊이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사랑의 관계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저는 'All you need is love.'라는 비틀스의 노래 제목이야 말로 이 세상에 모든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는 열쇠와 같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랑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꼭 남녀 간의 사랑 만이 '사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사랑'은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나눠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 삶이 충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육체는 한 사람과만 나누는 것을 선호합니다.) 

 

먼저 자고 사귀든, 사귀다가 자든 사실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것은 그저 시간과 돈, 그리고 감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들 중에 하나일 뿐이고, 사람 사는 세상이 뭐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내가 '자만추'를 추구한다고 내가 함께 '자만추'를 추구하고 싶은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니깐요. 세태가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사는 건 아니기에 그것 역시 확률싸움입니다. 연애나 사랑에는 어떤 매뉴얼도 정해진 공식도 존재하지 않지만, 필요로 하는 것이 경제적인 안정, 육체적인 욕구의 해소, 기타 등등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추구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결국은 관심을 갖고, 질문하고, 솔직하게 밝히고, 깊이 들여다보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피어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은 수많은 역사와 예술을 통해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알고 있는 것과 느끼는 것과 행하는 것은 언제나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흔하지 않고, 모두가 갈망하는 사랑. 꼭 남자, 여자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혹은 내게 따스함을 전해주는 무언가에게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한 해이기를. 밤이 가장 길고 긴 동짓날밤에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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