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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말을 알기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여성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극복기

'크루엘라'는 옛 디즈니 만화 '101마리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악녀 캐릭터다. 이 영화에서는 아주 잠깐 등장하는 로저 무어 집에 태어난 달마시안의 가죽을 벗겨 코트로 만들려고 하던 악독한 여자였다. 옛 만화에서 흰색과 검은색이 딱 반반씩 나눠져 있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는데 스핀오프인 영화에서는 딱 그 머리스타일과 달마시안 무늬에 집착하던 그녀의 패션에 대한 열정만이 이 영화의 모티브로 작용했다고 보인다. 나머지는 거의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태어났다.

 

이 영화의 주요 맥락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떠오르게 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프로이트의 개념으로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오이디푸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친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동성 부모인 아버지와 동일시하는데, 그 시기에 아버지의 태도가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폭력적일 때 무의식적으로 동성의 아버지를 멀리하고 이성의 어머니를 좋아하게 되는 잠재의식을 말한다고 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도 그렇고 그리스 신화에는 부자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그려져 있다.

 

에스텔라는 남작부인의 파티에서 사고로 자신의 어머니를 잃는다. 어른이 되어 우연한 기회로 남작부인 밑에서 일하게 되고, 남작부인을 만났을 때 자신의 어머니의 유품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패션의 거장인 남작부인에게는 그동안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었으나 '크루엘라'라는 이름으로 획기적익 파격적인 패션디자인을 내놓는 에스텔라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남작부인의 라이벌이 된다. 남작부인은 크루엘라를 납치해 살해하려 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크루엘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남작부인이 자신의 친어머니라는 것. 

 

에스텔라는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아서,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양어머니였던 에스텔라의 유모를 죽인 사람은 남작부인이었다. 에스텔라는 크루엘라로 변신하며 자신과 고락을 함께해준 친구를 친구가 아닌 도구로 다루며, 복수를 위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는 선택을 하여 완전한 악인이 되는 듯 하지만, 남작부인을 죽이지 않고 포옹을 택하는 것으로 악인이 되는 선택을 하지 않지만, 그녀의 어머니, 남작부인은 자신의 딸을 자신의 욕심을 위해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리는 선택을 함으로써 딸마저도 죽여버리는 극한의 악인이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많은 사람들 앞에 드러나며 감옥에 끌려가고, 낭떠러지에 떨어졌던 에스텔라, 크루엘라는 튼튼한 치마를 낙하산으로 이용해 살아남는다. '크루엘라 드 빌'로.

 

드 빌(De vil)이라는, 악마의 이름을 선택하지만, 여기서 악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마'의 의미와는 다르게 읽힌다. 기존의 질서에 따르지 않는 나의 선택과 나의 개성으로 살아가는 완전한 내가 되는 에너지로 읽힌다. 순응하는 것이 아닌 개척하고 나아가는 힘. 그 무엇에도 짓눌리지 않는 완연하고 강인한 나의 이름. 

 

귀와 눈이 호강하는 영화

20대 너무나도 선망하던 여성 음악가 중에는 '자우림'의 '김윤아'님이 있었고, 영국 가수 중에는 'PJ harvey'가 있었다. 아름답고 예쁜 여성뮤지션이 아닌 마녀와 같은 캐릭터로 허스키한 소리로 비명을 지르던 'Rid of Me'는 그 시절 당시에는 충격적이면서도 그 강렬함에 매료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영화는 OST가 너무 좋다. 음악의 장르니 역사니 이런 것은 잘 모르지만, 브릿팝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메인테마인 'Call me Cruella'부터 'I wanna Be Your Dog', 'Come Together'를 듣다 보면 그냥 그것만으로도 너무 흥분되고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다. 거기에 쓰레기차를 타고 등장하거나 분수대 위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펼쳐지는 파격적인 크루엘라의 패션쇼를 보는 것도 너무 즐거운 경험이다. 패션 역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개성 강한 그녀의 디자인들은 뭘 잘 몰라도 너무 예쁘고 눈을 즐겁게 한다. 이 영화의 스틸컷이 많이 없는 것이 좀 아쉬울 지경이다. 스틸컷만으로는 매력을 담을 수 없지만. 

 

6-70년대 록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OST를 영화를 안 보더라도 꼭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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